[CEO 탐구] 이영규 웰크론그룹 회장, 극세사 클리너로 시작… 연매출 4천억 그룹 일궈

입력 2017-12-19 19:15   수정 2017-12-20 06:57

외환위기·금융위기 때마다 공격투자 '승부사'

남들 어려울 때가 기회
시작부터 '퇴로' 없이 공격사업
위기 때에도 본사 건물 사들이고
나노섬유 개발…미국 수출 나서

끈질기게, 무모하게
우연히 만났던 3M 바이어에게
2년간 샘플 1t 트럭 3대 분량 보내
끝내 일본 기업 제치고 독점계약

목표는 세계일류기업
새로운 먹거리는 친환경 사업
"8개 계열사 뭉쳐 시너지 내야"



[ 조아란 기자 ] 1997년 여름, 제일은행 서울 강남지점에 연매출 28억원의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장 한 명이 찾아왔다. “독일과 스웨덴에 극세사 클리너를 납품하기로 했다”며 “고객의 주문을 모두 소화하고 싶어 그러니 공장을 짓고 기계를 사게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당시는 외환위기 직전이었다. 회사 직원들조차 “제정신이면 대출해주는 곳은 없을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그는 회사 자료를 탁자 한가득 늘어놓고 “공장만 지으면 수출은 문제없다”며 은행 직원들을 설득했다. 결국 지점장에게서 “본사로 서류를 올려봐야 대출은 불가능하니 지점장 한도로 3억5000만원을 빌려주겠다”는 답을 받아냈다.

대출받은 돈으로 공장 부지를 마련하고 편직기를 샀다. 외환위기 때문에 연 8%의 대출이자가 18%까지 오르고 환율이 치솟았지만 이 회사는 1998년 매출이 전년의 세 배인 89억원으로 늘었다. 외국에서 밀려들던 주문을 모두 소화한 데다 환차익까지 붙어서다. 이영규 웰크론그룹 회장의 사업 경험담이다. 이 회장은 “20년 전 남들이 다 힘들고 어렵다고 했던 외환위기 때가 우리에겐 성장 기회였다”며 “내년에도 경제가 힘들고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그 당시를 생각하며 공격적인 투자로 어려움을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승부사

산업용 섬유업체였던 웰크론은 현재 8개 계열사를 거느린 웰크론그룹으로 성장했다. 2007년 한방 생리대업체 예지미인(현 웰크론헬스케어) 인수를 시작으로 2010년 플랜트기업 한텍엔지니어링(현 웰크론한텍), 산업용 보일러업체 강원비앤이(현 웰크론강원)를 잇따라 사들이며 외형을 키웠다. 웰크론의 베트남 생산법인인 웰크론비나, 제주에 있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제주그린파워, 일본 바이오매스 발전소 이마리그린파워, 수처리 플랜트 기업인 엘림하이드로 등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회사 측은 올해 그룹의 전체 매출이 4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저돌적이다. 창업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퇴로를 만들지 않고 공격적으로 사업한다”는 말을 들어왔다. 외환위기 때 은행에서 돈을 빌린 데서 알 수 있듯이 포기하지 않고 먼저 부딪쳐 보는 성격이다. 업계에서도 그를 ‘승부사’로 부른다. 이 회장은 1992년 창업을 했다. 회사에 다니며 모은 돈 2000만원에 집을 담보로 대출받은 3000만원이 전부였다. 동양나이론(효성)에 이어 두 번째 직장이던 약진통상에서 일할 당시 일본 섬유제품전시회에 참석한 게 계기가 됐다. 고급 섬유로만 쓰이는 줄 알았던 극세사가 안경닦이로 출품된 것을 보고 “극세사로 걸레, 행주 등의 클리너를 만들면 부가가치가 크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후배 두 명과 강남 포이동 한 건물에 6.6㎡(2평)짜리 사무실을 얻어 사업을 시작했다”며 “무모하게 보일 수도 있었지만 사업성 하나만큼은 자신 있었다”고 했다.

이 회장의 ‘승부사 기질’은 유럽과 일본 기업이 장악하던 극세사 클리너 시장에서 웰크론이 세계 1위로 올라서는 데도 빛을 발했다. 웰크론은 2000년 일본 기업을 제치고 3M과 독점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외형이 대폭 커졌다. 이 회장은 “1998년 미국 클리너 전시회에서 우연히 만난 3M 구매담당자에게 요청하지도 않은 샘플을 2년 넘게 보냈다”며 “보낸 샘플만 합쳐도 1t 트럭 세 대 분량”이라고 말했다. 클리너의 모양, 색상, 성능 등을 꼼꼼히 검토해가며 2년간 기술을 개발하자 같은 품질의 일본 제품보다 가격이 3분의 1로 싸져 3M 구매담당자의 선택을 받게 됐다.

5년 뒤 매출 2조원 달성

웰크론그룹은 최근 2022년까지 그룹 매출 2조원, 영업이익 2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이 회장은 이를 위해 내년부터 계열사의 신사업을 독려할 생각이다. 그는 “남들이 어렵다고 했던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가 두 번 다 우리에겐 도약의 기회였다”며 “내년에도 성장을 확신하는 데엔 이런 ‘개인적인 징크스’도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외환위기 때 마련했던 공장 덕에 회사 매출이 늘자 싼값에 지금의 서울 구로동 본사 건물을 살 수 있었다. 금융위기 때도 과감한 투자로 국내 최초 나노섬유를 개발하는 데 성공해 미국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그는 “위기 때마다 돈을 아끼려고 움츠러드는 대신 투자했다”며 “‘10년 위기설’이 맞다면 내년에도 위기가 올 텐데 우리는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플랜트 건설기업 웰크론한텍과 산업용 보일러기업 웰크론강원의 환경 관련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보고 있다. 폐기물을 에너지로 재활용하는 폐기물 자원화 시스템, 폐수를 자체 정화해 깨끗한 상태로 방류하는 폐수처리설비 시스템 등을 갖춘 플랜트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환경 규제가 점점 엄격해지고 있어 친환경 설비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일본 규슈에 있는 바이오매스 발전소인 ‘이마리그린파워’ 건설 프로젝트도 야심작 중 하나다. 2010년 일본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7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해외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자 작년 9월 국내 기업 최초로 이 시장에 진출했다. 웰크론은 2019년부터 23㎿급 발전소 2개를 직접 운영한다.

웰크론을 통해서는 의료용 소재, 스마트 침구 개발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섬유 소재(폴리테트라플루오르에틸렌)로 제작한 스텐트용 인공혈관 등을 개발했다”며 “의료용 섬유는 아직까지 수입에 의존하는 비중이 큰 고부가가치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침구 부문에서는 수면, 호흡, 생체신호 등을 인식하고 분석하는 스마트 침구를 내놓을 계획이다.

계열사 시너지 효과 기대

이 회장은 지난 9월 400여 명의 본사 임직원과 함께 ‘야간행군’ 행사에 참여했다. 구로동 본사에서 출발해 철산교 양평교를 지나 15㎞ 지점인 양화대교에서 본사로 돌아오는 30㎞가량의 8시간짜리 코스다. 2005년부터 올해까지 13년째 빠짐없이 해 온 행사다. 임직원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시작한 행사였지만 계열사가 8개로 늘어난 뒤엔 계열사 직원들이 같은 꿈, 같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서로 공감대를 넓히는 행사가 됐다. 이 회장은 “섬유, 플랜트, 생활소비재, 신재생에너지 등 서로 다른 사업군이 한 회사 지붕 밑에 모여있다 보니 공통의 목표를 갖고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세 차례 전 직원의 의견을 수렴해 ‘물, 에너지, 환경, 건강 분야의 세계 일류기업’이라는 그룹 차원의 비전을 마련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부터 웰크론한텍, 웰크론강원이 공동 수주를 따오고 웰크론에서 개발한 부직포 섬유를 웰크론헬스케어의 마스크팩에 사용하는 등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가 나기 시작했다”며 “골인 지점을 향해 함께 달려가는 행군처럼 직원들이 사업에서도 같은 목표로 달려갈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직원들이 계속 돈 벌 회사 … 회장 마음대로 결정하면 안되죠"

계열사 자율경영 보장


이영규 웰크론그룹 회장(사진)은 평소 투자와 성장을 강조하는 ‘공격적인 사업가’다. 그러나 중요한 결정을 혼자 하는 법이 없다. “직원들이 계속 돈 버는 회사로 성장하려면 회장 혼자 맘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철칙이다. 그는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이사회 감사와 별도로 10여 명의 대기업 사장급 출신 인사들로 꾸린 경영자문위원회에 자문한다. 여러 명이 머리를 맞대고 검토해야 일을 그르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이 회장은 “큰 규모의 회사를 운영하는 건 나 역시도 처음”이라며 “‘회장이 일을 너무 벌이는 게 아닌지’ ‘다른 데 신경 쓰느라 챙기지 못하는 게 있는 건 아닌지’ 견제해주는 시스템이 있어야 회장도 일을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그룹 전략기획실에 ‘리스크관리팀’도 신설했다. 각 사업부에서 하고 있는 일 가운데 1%의 실패 가능성이라도 있는지를 찾는 게 주요 역할이다. 이 회장은 “이렇게 견제 시스템을 두는 것은 임직원들이 마음 놓고 일하게 하기 위해서”라며 “사업부서 직원들에게는 최대한 자율성을 존중해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웰크론그룹은 지난 1일 올해 최고 실적을 달성한 웰크론, 웰크론한텍, 웰크론강원 3개 계열사 대표를 사장급으로 승진시켜 계열사 자율경영 확산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2세 경영’에 대해서도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지 않겠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계속 돈을 벌 수 있는 회사가 좋은 회사인데,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자녀가 회사를 맡아 직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회장의 장녀는 한 가구회사에서 디자인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차남과 3남은 각각 대학생, 중학생이다.

■ 이영규 회장 프로필

△1959년 서울 출생 △1978년 영동고 졸업 △1985년 한양대 섬유공학과 졸업 △1992년 웰크론 창업 △2002년 수출 증대 공로 산업자원부장관상 △2003년 중소기업경영혁신 공로 대통령표창 △2007년 웰크론헬스케어(옛 예지미인) 인수 △2010년 웰크론한텍(옛 한텍엔지니어링) 인수 △2010년 웰크론강원(옛 강원비앤이) 인수 △2011년 무역진흥 공로 철탑산업훈장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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